나는 어제 종강을 했다.
한 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고,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살았는데,
그 이유를 써보려 한다.
최근에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다.
하루하루가 똑같다.
내가 자는 기숙사, 왔다 갔다 하는 출퇴근길, 앉아있는 오피스, 밥을 먹으러 가는 길, 가는 헬스장.
내 삶을 이루는 요소들 모든 것이 지겹다.
주말에 어디를 좀 가보려고 해도, 이 놈의 할 일은 어떻게 끊기는 법이 없는지 내 마음을 항상 불편하게 한다.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극복하는 방법으로 공간을 바꾸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또 그거 만한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박사를 다른 학교를 가는 것을 고려해봤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너무 안전한 선택만 해온 것일까? 결국 나에겐 새로운 곳에 도전할 용기가 없었다.
다른 학교를 알아보지 않는 이유로 여러가지를 들 수 있으나, 결국 잔가지에 불과하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른 곳에 도전해보는 것이 무섭기 때문에, 나는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실이 마음에 안드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진심으로, 우리 연구실이 국내에서 손꼽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현재 있는 곳에 너무 오래 있었던 탓에 이렇게 다른 곳으로 가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겼다.
아무튼 여러 이유로 나는 다른 학교에 가진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내년부터는 자취를 하려고 한다.
적어도 기숙사를 벗어나 학교를 벗어나는 것만이라도 해야 내 삶에 다양성이 생길 것이다.
나는 내 방을 가져본 적이 없다.
중학교때도 그러했고, 기숙사에 살기 시작한 고등학교 이후로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내 방을 가져보고 싶다.
나만의 공간을 갖고, 그 공간을 나만의 방식으로 꾸미는 것을 해보고 싶다. 이제 25살이면 그래도 되지않나?
그리고 요리도 하면서 살면 재밌을 것 같다.
뭐 아무튼... 나는 그동안 이런 이유로 조금은 무기력했고, 몇몇의 생각의 흐름을 거쳐 내년에는 기숙사를 나가 살려고 한다.
이건 완전 다른 얘긴데, 내가 느낀 우리학교 대학원의 문제점은 들어야하는 수업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우리학교는 석사 7개, 박사 5개(석박통합은 12개)의 수업을 들어야 한다.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는 친구는 통합인데 7개만 들으면 된다고 한다.
우리학교는 그 학교보다 열리는 수업의 다양성과 갯수 모두 훨씬 적다.
그럼에도 더 많은 수업을 제도적으로 의무로 만드는 것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나는 이제 수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다 배웠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제부터 해야할 것은 논문을 읽으며 나의 지식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내 분야의 수업은 이미 다 들었다. 그래서 남은 학점을 내 전공과 관련없는 수업으로 채우고 듣고 있다.
나는 이런 수업을 듣는데에 쓰는 내 시간이 너무 아깝다.
사람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지금 내가 하고있는 것을 앞으로도 계속할거란 생각은 위험하다고들 한다.
그래서 지금 나처럼 자기 전공외의 것을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귀찮아하는 것을 부적절한 태도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내 개인 태도의 문제이지, 그것을 대학원씩이나 되는 선택적인 교육기관에서 제도적으로 보완하여 모든 학생들에게 의무를 지우는 해결 방식이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대학원생씩이나 되었다면 본인이 알아서 찾아서 들을 것이다.
그러지 않았을 경우의 책임은 본인이 지지 않겠는가?
이상 수업을 더이상 듣는 것이 지겨운 대학원생의 푸념이었다.